
설립자 이야기

사단법인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 대표
안녕하세요 세이브제주바다 대표 한주영입니다. 세이브제주바다는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바다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입니다.
저는 제주도 북동쪽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조개도 잡고 보말도 잡고 동네 죽항에서 수영하면서 여름을 보냈고 매일 바다를 놀이터 삼고 온 동네 바닷가를 휘젓고 다니곤 했어요.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화가 나거나 답답하면 바다를 보러 가서 바다멍을 때리면서 위안과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바다는 저의 일부였고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없는 곳에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20대 후반에 유학을 가게 되었을 때도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다 바로 옆에 살아야 한다는 것일 정도였어요.

고민 끝에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되었고 향수병으로 힘들 때마다 자연스레 저는 바다를 보러 해변으로 가곤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바다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는데요.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나머지 한여름에도 얼음장같은 태평양 바닷물이지만 용기를 내서 서핑에 입문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여름에만 물속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서핑을 시작 후로는 실제로 바다 안에서, 바다 아래에서 또는 바다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덩달아 바다에 대한 애착도 더 깊어졌어요.

그러다 2014년 서핑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발리로 서핑 트립을 떠나게 됩니다. 발리도 제주처럼 섬인데요. 봄, 여름, 가을은 건기라 비가 오지 않고 우기인 겨울에만 비가 오는 곳이에요. 문제는 사람들이 길에 쓰레기를 엄청 버린다는 거예요. 건기 동안에 길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들이 겨울에 빗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더군요. 비가 올 때마다 바다는 흙탕물 색이 되고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죠.
하루는 보드 위에 엎드려 패들을 하면서 라인업으로 가고 있는 도중에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갑자기 어디선가 쓱~~밀려와서 저를 에워싼 적이 있었어요. 담배꽁초, 음식이 담겼던 일회용 용기, 알 수 없는 내용물이 묻어있는 비닐 등 각종 더러운 쓰레기가 바다에 둥둥 떠서 저를 에워싸고 있으니 토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때 크게 충격을 받고 해양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리고 제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해양 쓰레기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발리에 가기 전엔 없다가 여행을 갔다 오는 동안 갑자기 생긴 게 아닐 텐데.. 관심이 생기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건지 해양 쓰레기 문제가 제주도도 심각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바다 쓰레기를 볼 때마다 생각했지요. ‘누군가 나서야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2017년 12월 어느 날 문득.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되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고 무작정 마음이 맞는 서퍼 친구들을 모아 세이브제주바다를 만들었고 바다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기 시작하게 됐어요.

"쓰레기가 쌓여있는 바닷가를 보면서 '누군가'가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제주바다가 늘 깨끗했으면 했지만, 그 '누군가'가 내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양 쓰레기 줍기가 해양오염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세이브제주바다 바다정화 봉사활동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고 우리의 비친환경적인 생활습관과 소비습관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꾸준히 노력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세이브제주바다 대표 한주영